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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시장, 한국 현대사를 관통한 한 남자의 이야기

by skywind85 2024. 12. 10.

국제시장 메인 포스터

 

"명심해라. 이제부터 니가 가장이다. 가장은 가족들 잘 지켜야 한다. 먼저 가 있어라. 내 걱정은 말고." - 덕수 아버지
"내는 이리 생각한다. 힘든 세월에 태어나가 이 지옥 같은 세상 풍파를 우리 자식이 아니라 우리가 겪은 게 참 다행이라고." - 덕수


'본 리뷰에는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나비 한마리가 시장을 날아가다가 옥상에서 이야기하는 두 노인 앞에 앉는다. 덕수와 영자 부부다. 덕수는 바다를 보며 선장이 되고 싶었던 꿈을 이야기 한다.

엄마, 아빠, 세 명의 동생들과 함경남도 흥남에서 행복하게 살아가던 소년 윤덕수. 하지만 그 행복은 1950년 12월, 흥남으로 밀려드는 중공군에 의해 끝나버린다. 덕수네를 포함하여 피난을 가는 사람들이 인산인해고 아수라장이다. 피난민이 유일하게 믿고 있는건 미군들을 철수시키려는 화물선에 올라타는 것 뿐이었다. 다행히 배에 실려 있던 군 장비를 모두 버리고 피난민들을 태우고 철수 하기로 한다.
곧 출항 하려는 배에 제때 오르지 못한 난민들은 밧줄에 매달려서라도 타려고 한다. 덕수가 막순이를 업고 밧줄을 잡고 올라가던 중, 누군가 막순이를 붙잡는 바람에 막순이가 바다에 떨어진다. 딸아이가 없어진 걸 알게 된 덕수의 아버지는 덕수에게 이제부턴 네가 가장이니 가족들 잘 지키라는 말과 함께 부산 고모네 '꽃분이네'에서 기다리면 꼭 찾아가겠다는 말을 남기고 다시 밑으로 내려간다. 그 순간, 배가 출발했고 덕수 가족은 생이별을 하게 된다.

이후 덕수의 가족은 부산 국제시장의 '꽃분이네'라는 잡화점을 하는 고모를 찾아간다. 고모는 주정뱅이 고모부의 눈을 피해 죽을 끓여 주고 구석진 방을 내준다. 덕수는 임시 천막 학교에서 만난 부산 소년 달구와 죽이 잘 맞는 친구가 되며 낯설기만 하던 부산이라는 곳이 익숙해져 간다. 하지만 덕수는 막순이를 찾지 않는 엄마에게 서운하고, 자신이 막순이를 잃어버려 가족과 헤어지게 된 것에 가슴이 답답하다.

그로부터 십 년 후, 청년이 된 덕수는 아버지의 말대로 가족들을 먹여 살리기 위해 온갖 궂은 일을 한다. 그러던 중 공부에 매진하던 동생 승규가 서울대에 합격했다는 기쁜 소식을 듣게 된다. 하지만 덕수네 형편으로 대학 등록금을 감당하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고, 승규의 등록금을 걱정하는 덕수에게 달구는 독일 광부모집 전단을 보여주며, 지원해 보라고 한다. 덕수는 책상 앞에 써 놓은 '인내는 쓰다. 그 열매는 달다.' 라는 명언을 보고 고민하던 덕수는 아버지 사진 앞에서 술을 마시고 신세 한탄을 한다. 체력 검사를 통과하고 독일로 날아간다. 광산에서 갱에 내려갈 때 마다 "살아서 보자" 라는 말을 할 만큼 힘든 시간이었다. 어느 날 한국 간호사와 광부들의 댄스 파티가 열리고 여기에서 영자를 처음 만나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메탄가스 폭발 사고가 발생하고 덕수는 죽음의 문턱에서 아버지를 떠올린다. 파독 광부들의 노력으로 덕수와 달구도 간신히 살아남는다. 덕수는 영자의 간호로 치료받던 중 비자가 만료되어 귀국한다. 덕수는 귀국 전 작별인사 겸으로 영자의 기숙사에 침입해서 영자에게 마지막으로 같이 귀국하자고 설득하지만 영자는 함께 귀국하지 않는다. 덕수에 뒤이어 귀국한 영자와 부산에서 재회하고 자신의 아이를 임신했다는 것을 알게 된다. 그렇게 둘은 곧장 결혼식을 치른다. 

생계가 조금은 안정 되어갈 무렵 덕수는 어릴적 꿈인 선장이 되기 위해 해양대에 합격했지만, 고모가 돌아가시고 고모부가 가게를 처분하려고 하자 고모네 가게를 인수한다. 이와 동시에 끝순이가 혼수자금 문제로 엄마와 말다툼하는 걸 우연히 듣게된다. 결국 덕수는 다시 한 번 가족을 위해 희생을 각오한다. 돈을 벌기 위해 베트남에서 기술자로 가겠다고 한다. 영자는 왜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사느냐고 왜 당신 인생인데 그 안에 당신은 없냐며 울부짖지만 아버지의 유언과도 같았던 말씀을 상기하며 마음을 다 잡는다. 가족들이 걱정할까봐 잘 지내고 있다고 했지만 모두 거짓말이다. 미군 사무소에 자살 폭탄 테러가 일어나는 걸 눈앞에서 간신히 피하기도 했다. 전선에 갔다가 베트콩에게 걸릴 뻔했으나, 다행히 한국 해병대를 만나 위기를 넘기게 된다. 피난을 하고 싶어하는 베트남인을 태우다가 베트콩의 총격을 받아 아수라장이 된다. 이때 물에 빠진 아이를 올려주다 덕수는 다리에 총상을 입고 다리를 절게된다. 귀국한다. 이웃집과 싸우던 영자는 돌아온 덕수의 다리가 온전치 못한 것을 보자 오열한다. 이런 영자를 덕수는 애써 괜찮다며 위로한다.

여러 사건들을 겪는 와중에도 덕수의 마음엔 헤어진 가족들 - 헤어진 아버지와 자신이 잃어버린 막순이 - 에 대한 생각이 남아있다. 베트남에서 돌아온 이후 꽃분이네를 운영하며 지내던 중 TV에서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을 보게되고, 덕수도 아버지와 막순이를 찾기위해 방송에 나간다. 한번의 헤프닝 - 아들과 같은 지역에서 헤어졌다는 노인은 '윤'씨가 아닌 '유'씨였다 - 을 겪고 두번째로 미국 LA에서 연락이 온다. 막순이의 귀 뒤의 사마귀 점과 막순이가 간직하고 있던 소매가 찢어진 저고리를 확인하는 순간 막순이를 알아봤으며, 집에서 가족들도 오열한다. 미국에 입양되어 살던 막순이가 돌아왔다. 막순이는 절을 한 후 "엄마" 하며 어머니에게 안긴다. 막순이가 돌아온 이듬해 어머니는 끝내 아버지와 재회하지 못하고 노환으로 돌아가셨다. 

상봉한 가족들이 다시 하나가 되어 떠들석한 가운데 혼자 방으로 돌아온 덕수는 덕수는 방안에 걸어둔 아버지 사진을 보며 그동안의 가장 역할이 힘들었다고 하소연하고 아버지는 그런 덕수에게 고맙다고 한다. 그리고 둘은 서로에게 보고싶었다는 얘기를 한다. 덕수는 아버지의 예전 저고리를 끌어안고 오열한다. 그리고 "이제 나이가 너무 드셔서 못오실거다." 라며 재개발업자를 부른다.

다시 덕수와 영자가 항구를 바라보며 대화하고 있다. 영자가 "내 꿈은 멋진 신랑 만나서 좋은 가정 꾸리고 사는거"라고 하자 덕수는 "축하한다. 니는 꿈을 이뤄삤네." 라고 바다를 바라보며 이야기를 나누며 영화는 끝난다.

<감상평>

국제시장은 대한민국의 현대사의 굵직한 사건 - 한국전쟁, 파독 광부(간호사), 월남전 파병, 이산가족 상봉 등 - 을 모두 겪게 되는 평범한 가장의 이야기를 통해 풀어낸 이야기이다. 주인공은 피난 중 헤어지게 되는 아버지의 말씀을 가슴에 새기고 평생을 가장으로서의 책임감과 중압감을 갖고 살아간다. 또 아버지가 찾아올 수 있도록 '꽃분이네'를 끝까지 지켜낸다. 이는 현실에서 우리네 가장의 이야기와 많이 닮아 있다. 부모님, 조 부모님 세대는 자신의 꿈은 물론 자신의 인생을 포기하면서 까지 가족을 위해 무조건 희생하며 일했다. 또한 형제들이 많았던 집안의 장남 장녀는 가장이라는 책임감에 생계를 위해 취업하여 일했다. 모든 것이 열악하고 부족했던 그 시대의 가장들의 희생으로 1960~70년대의 경제 성장이 이루어 질 수 있었다.

영화 출연자들의 연기 또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힘이 있었다. 덕수 역의 황정민 배우나 영자 역의 김윤진 배우의 말투 변화부터, 40대의 연기자들이 노년의 배역을 위화감 없이 연기한 점 등이다. 특히 황정민 배우의 다리를 저는 꼬장꼬장한 노인 연기는 굉장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달구 역의 오달수 배우를 매우 닮았던 아역 배우의 '기브미더쪼꼬레또' 하고 미군에게 초콜릿을 달라고 하는 연기에서 웃음이 터졌다. 그리고 한번씩 등장하는 실제 역사인물 들은 자칫 심각하게 느껴질 수 있는 내용을 환기 시키며 극의 긴장감을 해소시키는데 도움이 되었다.

영화의 주제를 풀어냄에 있어서 아쉬운게 없는 것은 아니다. 역사적 사건들을 바탕으로 한 영화라서 더 그런지 모르겠다. 미군의 피난민 철수 반대를 현봉학 박사가 알몬드 장군에게 간청하여 피난민의 탑승이 극적으로 성사된 것처럼 연출한 것은 상황의 긴박함과 극의 고조를 위해 필요했다고 생각되지만 처음부터 너무 신파적인 요소로만 상황을 이끌어가려는게 보였다. 특히 주인공의 희생으로 결정하는 모든 일(파독 광부, 월남전 참여 등)에서 큰 사건이 터지고 이는 주인공에게 빗겨가지 않고 시련을 안긴다는 점에서 클리셰를 강하게 느끼게 했다. 또한 경제 발전과 더불어 1960~70년대를 이끌어 갔던 민주화나 독재에 대한 이야기는 찾아 볼 수 없어 아쉬웠다.

하지만 이런 영화적 아쉬움을 접어 두면 평생을 누군가의 아버지, 누군가의 형으로만 살았던 가장 평범한 가장의 가장 위대한 이야기를 통해 우리네 조부모님, 부모님 세대의 희생과 헌신을 느낄 수 있었다. '시련은 있어도 실패는 없다' 는 표어를 가슴에 새기고 살아갔던 그들을 기억하고 추억하며, 그동안의 노고에 감사를 건넨다.

<같이 볼 거리>

1. 흥남철수의 원인인 중공군 참전과 청진호 전투
2. 파독 광부와 간호사 이야기
3. 월남전 파병
4. 1983년 KBS의 이산가족 찾기 프로그램(유네스코세계기록유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