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따따 따-따-따- 따따따" - S.O.S. 모스 부호를 입으로 내는 장면에서
'본 리뷰에는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대학시절 클라이밍 동아리 에이스였던 용남은 취업에서 번번히 불합격 통보를 받는 대졸 백수다. 큰누나 정현은 친정에 왔다가 용남에게 잔소리를 하다가 용남이 클라이밍 장비들을 버리지 않고 보관 하고 있는 걸 발견하고 구박한다. 용남은 누나를 방에서 쫓아내고, 장에 걸려 있던 카라비너를 보면서 대학 동아리 시절을 회상한다.
어머니 칠순 잔치 날. 용남의 가족과 친척들은 연회장인 '구름정원'에 모인다. 가족들의 언행으로 용남은 자리가 불편하다. 용남은 가족들과 기념사진을 찍으려던 순간, 직원들 사이에서 동아리 후배였던 의주를 발견한다. 둘은 대학생 시절 용남의 고백을 의주가 거절한 후 오랫만의 만남으로 어색해 한다. 용남은 벤처기업 과장이 됐다는 거짓말을 한다.
그 시각, 한 남자가 대형 탱크로리에서 다량의 유독가스를 배출하는 묻지마 테러를 일으켜 유독가스가 도심으로 퍼지기 시작한다. 유독가스에 노출된 사람들은 발작을 일으키며 거품을 물고 쓰러지거나, 바닥에 쓰러져 목을 부여 잡고 사망한다. 도시에 퍼지고 있는 엄청난 양의 유독가스의 모습이 보인다.
이런 상황을 모르는 용남의 가족들은 늦게까지 연회장에서 즐거운 시간을 보낸다. 점장은 빈 방에서 연회가 끝나기를 기다리던 직원들에게 마무리는 자신과 부점장이 한다고 하며 직원들을 모두 퇴근시킨다. 의주와 둘만 남게 된 부점장은 의주를 '자기야' 라고 부르며 저번에 얘기한 건 생각 해봤냐고 하며 치근댄다. 의주는 이를 불쾌해하며 거절한다.
용남은 남은 잔치 음식을 비닐봉지에 주워 담는 어머니를 부끄러워 하며 하지 말라고 한다. 이때 의주가 아까 부탁하신 거라며 비닐 지퍼백을 가져다 주자 용남은 더욱 민망해 한다. 아버지는 남은 술을 여러 병 배낭에 챙기고 있다. 한편, 의주는 대학 동아리 친구와 통화하던 중 용남이 백수라는 사실을 듣게 된다.
잔치를 끝내고 집으로 돌아가려던 용남의 가족은 가스통이 유리창을 깨고 날아 들어오자 순식간에 공황 상태에 빠진다. 용남의 가족들은 황급히 건물 밖으로 빠져나오고, 그때 의주가 달려오더니 용남을 붙잡았고 아까 무슨 소리냐고 묻는다. 용남은 의주에게 상황을 설명하고 같이 가자고 하지만, 의주는 비상벨을 울리고 다른 홀의 손님에게 어서 대피하라고 소리친다.
1층으로 내려온 용남의 가족은 사태 파악을 위해 큰 도로로 나가 본다. 거리의 심각한 상황을 본 용남의 일행은 뒤돌아서 도망치고, 의주는 용남의 가족들에게 건물로 올라가라고 소리친다. 이때 차를 몰고 나타난 정현에게 용남은 빨리 차에서 내려 도망치라고 하고, 정현은 차에서 내려 도망치던 중 한복에 발이 걸려 넘어져 가스에 노출된다. 용남은 정현을 어렵사리 구해내고, 들것을 만들어 정현을 싣는다. 가족들은 옥상으로 가자고 하는 용남을 무시하다가 '옥상 대피' 재난문자에 서둘러 옥상으로 향한다. 하지만 옥상 문은 잠겨있고 옥상 열쇠는 1층 경비실에 보관중이다. 용남은 클라이밍으로 건물 외벽을 타고 옥상으로 올라가서 잠긴 문을 열겠다고 한다. 용남은 어렵게 위기를 넘기며 옥상에 올라가는데 성공하고, 잠긴 옥상 문을 연다. 용남의 아버지는 한번만 더 이런 무모한 짓을 하면 절대 용서하지 않을 거라고 크게 화를 낸다. 옥상에서 일행들은 여러가지 방법을 사용해서 구조 요청을 하지만, 구조 헬기는 그들을 지나쳐 간다. 그 때, 의주가 건물 네온사인을 껐다가 켰다가 반복했고, 이를 본 구조헬기가 사람이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구조용 버킷을 내린다. 구조용 버킷의 인원 한도때문에 용남과 의주만 옥상에 남게 된다. 구조 헬기를 떠난 후, 의연하던 의주는 용남에게서 등을 돌려 몰래 운다. 이후 구조 헬기들은 인원이 더 많은 건물로 향한다.
점점 가스가 차오르자 용남과 의주는 더 높은 건물로 이동하기로 결정한다. 테이프와 종량제 봉투로 만든 방호복을 입고 방독면을 착용한 두사람은 건물 바깥으로 내려가 거리를 달려간다. 둘은 지하철 방독면 보관함에서 정화통을 찾아서 교체하면서, 여러 건물의 옥상을 오르락 내리락 하며 많은 위기를 극복한다. 한편, 구조된 용남의 가족들은 병원에 도착한다. 용남의 아버지와 작은아버지는 택시를 타고 사고 지점으로 출발한다. 강가에 도착한 용남의 아버지가 이미 드론을 날리고 있던 청년들에게 축의금 봉투들을 건네며 드론을 날려달라고 한다.
그 사이 다른 건물로 옮겨간 용남과 의주는 옥상 위에 세워져 있던 마네킹들을 모아놓고 사람이 많은 척 구조 요청을 하고, 소방 헬기가 이를 발견하고 가까이 다가온다. 용남과 의주는 반대편 건물의 보습 학원에 고립된 어린 학생들을 발견하고 세워져 있던 마네킹과 자신들의 몸을 바닥에 눕혀 학생들 쪽으로 화살표를 만들어 소방 헬기가 이들을 구조하도록 한다. 이후 주유소 2차 폭발로 유독가스가 엄청난 높이로 파도처럼 밀려온다. 용남과 의주는 타워크레인을 발견하고 그쪽으로 가기 위해 죽을 힘을 다해 이 건물 저 건물의 옥상을 달리고 벽을 탄다. 이 때 드론이 건물 사이에서 나타나 용남과 의주를 발견하고, 이 영상은 전국으로 생중계 된다. 가족들은 병원에서 뉴스를 통해 두 사람의 상황을 알게 되고, 전국의 많은 사람들 또한 방송으로 두 사람을 지켜본다.
둘은 타워크레인의 바로 건너편 건물 꼭대기에 도착했으나, 줄을 걸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마침 촬영 드론의 배터리 다 되어 추락하자 용남과 의주는 주저앉아 울기 시작한다. 두 사람의 근처까지 유독가스가 다가오던 바로 그 때, 방송을 본 사람들이 날린 드론들이 두 사람 주위로 몰려들어 프로펠러 바람으로 유독가스를 막아준다. 정신을 차린 용남은 드론에 줄을 매달아 반대편 건물의 파이프에 걸기로 하고 성공한다. 둘은 줄에 매달려 활강으로 건너가려고 하는데 중간에 멈춰 버린다. 둘은 줄을 끊고 반동을 이용해 넘어가려 하는데, 이와 동시에 고리에 걸어놓은 줄이 풀리고, 연결 되어있던 드론이 부서지면서 비명을 지르며 추락하는 둘의 모습을 마지막으로 화면이 끊어진다. 방송을 시청하던 어머니와 가족들은 절규한다. 이후 구조 헬기가 날아와 그들을 찾지만, 시야 확보가 힘들어 결국 포기하고 돌아가려고 한다. 이때 구조대원이 적외선 망원경으로 타워크레인 중간에 설치된 스파클라를 발견하고 용남과 의주는 마침내 구조를 받는다.
날이 밝아 구조된 다른 사람들과 함께 병원에 도착한 용남은 가족들과 재회하고 기쁜의 눈물을 흘린다. 의주는 경찰관에게서 휴대폰을 빌려 가족들과 통화를 한다. 점장이 다가와 의주를 '자기야' 라고 부르며 걱정했다고 하자, 의주는 평소 쩔쩔매던 모습과 달리 그의 얼굴에 주먹을 날리고 부점장 명찰을 떼어내 점장에게 던져 버린다. 다시 마주한 용남과 의주. 용남은 빌려갔던 카라비너를 돌려주려 하지만, 의주는 "너무 무거워. 나중에 돌려줘." 라고 대답한다. 처음 용남은 이게 뭐가 무겁냐고 눈치 없이 굴지만, 의주가 답답해하자 속 뜻을 알아채고 다시 주머니에 넣는다.
도시 전역에 비가 내려 오염 구역이 축소되고 있다는 뉴스와 함께 영화는 마무리된다.
<감상평>
엑시트는 영화의 흔한 클리셰를 따르지 않은 장면들이 신선했다. 대부분의 재난 영화와는 달리 인간이 재난을 일으키고 자연 현상이 재난을 마무리한다. 또한 재난을 일으킨 사람의 이야기로 감정을 소비하지 않는다. 또한 무능한 공권력이 등장하지 않고, 민폐를 끼치거나 발목을 잡는 캐릭터 또한 없다. 또 위기상황에서 감동 코드나 슬픔을 쥐여짜려는 식의 전개가 아닌 개그코드로 승화하는 장면들 - 처음 구조 헬기가 떠난 후 의주가 뒤돌아서 나도 가고 싶었다며 우는 장면, 타워크레인 앞에서 절망에 빠진 상황에서 이번엔 합격할 줄 알았다며 합격하고 널 보려고 여기로 장소를 정했다는 용남의 오열 장면 등 - 은 재난 영화에 어떻게 코믹을 버무려야 하는지 방향을 제시했다고 생각한다.
엑시트는 취미로 하는 불법 드론이나, 뉴스보다 빠른 SNS 소식, 그리고 TV보다는 인터넷 방송으로 현재의 이슈를 파악하는 모습 등 영화가 나온 시점의 한국 사회의 모습을 영화에 잘 녹여냈다고 생각한다. 무조건 층수만 보고 높은 건물에 위치한 회사에 원서는 낸다는 용남의 말은 무조건 대기업만 선호하는 현실에서의 모습을 너무 잘 반영하여 웃기지만 슬프게 느껴졌다. 마지막으로 늦은 시간 학원에 학생들만 있던 장면에서는 세월호에 갇혀있던 학생들이 떠올라 마음이 아팟다.
<영화에서 찾아보면 재밋는 것들>
1. 헬스장의 "난 준비됐어 올라와봐", 육교의 "35년 동안 수고했어", 인력사무소 올라가는 길의 "청년을 살려야 나라가 산다" 등의 청년 세대에게 전하는 제작진의 이스터 에그
2. 오프닝에서 삼촌을 부끄러워 하던 조카가 구출된 삼촌에게 가장 먼저 달려가는 장면
3. 까메오로 출연한 이동휘 배우와 슈기, 대도서관, 윰댕 등 BJ들.
4. 영화가 끝나고 카툰 형식으로 용남과 의주가 추락 후 어떻게 살아서 타워크레인으로 올라갔는지 보여주는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