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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묘, 오컬트에서 민족 정기로 이어지는 서사

by skywind85 2024. 12. 13.

파묘 메인 포스터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
"땅이야 땅. 우리 손주들이 밟고 살아가야 할 땅이라고."

'본 리뷰에는 결말과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줄거리>

 미국 LA로 간 화림과 봉길은 기이한 병이 대물림되는 집안의 의뢰인 지용을 만난다. 지용에게 상황을 설명받은 화림은 묫바람이라며, 이장을 권한다. 상덕과 영근은 어느 산속에서 파묘 작업을 하고 있다. 상덕은 묫자리의 흙을 맛보고 파관을 결정한다. 김 회장은 가족들의 꿈에서 돌아가신 어머니가 나온다고 말한다. 수습한 유골을 확인한 상덕은 막내 손자에게 틀니를 돌려줘야 한다고 달래며, 할머니는 항상 네 옆에 계신다고 위로한다. 그 날 저녁, 영근의 장의사 사무실에 상덕, 영근, 화림과 봉길이 모인다. 화림은 미국에서 받은 의뢰에 대해 설명하다. 그 시각, 지용과 지용의 모 정자는 파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지용, 지용의 부, 지용의 아이까지 3대가 모두 고통스러워 한다.

 상덕은 휴게소 주차장에서 지용과 독대를 한다. 상덕은 비밀이 많은 지용에게 없던일로 하자고 한다. 지용은 2가지의 조건을 걸고 변명을 늘어놓자, 상덕은 짜증 스럽다는듯 묫자리 보자고 한다. 묘를 찾아 가는 길에 상덕은 '보국사'라는 표지판을 본다. 한참을 산속으로 들어간 일행은 공터에 도착한다. 산은 안개가 끼어 있고 까마귀 울음소리가 들려 음산하다. 묘로 가던 중화림은 불안한 듯 주변을 두리번거리다가 여우떼를 발견한다. 산 정상에 볼품없는 묘가 하나 있다. 상덕은 묘를 살핀 후 지용에게 묫자리를 봐준 사람에 대해 묻는다. 지용은 '기순애'라는 법명을 말한다. 잠시 고심하던 상덕은 지용에게 이번 일은 못할 것 같다고 먼저 산을 내려간다. 상덕은 불만을 가진 다른 일행에게 묫자리가 악지 중의 악지라고 말한다. 그날 밤, 상덕은 지용의 호텔 방에서 지용의 '아들을 좀 살려달라'는 말에 일을 맡지 않겠다는 결심이 흔들린다. 이때 화림은 대살굿과 파묘를 함께 하는 것을 제안하고 고민하던 상덕은 결국 동의한다.

 며칠 후, 묘 앞에서 대살굿과 파묘의 준비가 한창이다. 지용의 고모도 현장을 찾는다. 화림이 대살굿을 시작하고, 지용의 파묘 개시 선언에 파묘가 시작된다. 일꾼들이 관을 찾아내자 대살굿은 멈춘다. 관은 알아 볼수 없는 한자가 쓰인 붉은 천으로 덮여있고, 천을 걷어내자 향나무 관이 놓여 있다. 상덕과 영근은 관을 운구차에 싣고 화장터로 향한다. 한편, 파묘를 하던 한 일꾼이 돈 될만한 것을 찾다가 뱀을 죽인다. 뱀이 죽은 후, 갑자기 돌풍과 함께 폭우가 쏟아진다. 상덕은 지용에게 비 때문에 화장을 미루자고 말하고, 인근의 장례식장으로 관을 옮긴다. 영근에게 관을 맡긴 상덕은 보국사에 찾아가 '기순애'에 대해 물어본다. 그리고 산 위에 있는 묘에 대한 이야기를 하던 중 도굴꾼에 대한 예전 소문에 대해 듣는다. 한편 아무도 없을때 관리소장이 관을 열려고 한다. 관이 열릴때 쯤, 화림과 봉길이 도착하여 이를 막으려고 하지만 관 뚜껑은 결국 열린다. 관에서 무언가가 나와 고함을 지르며 화림을 통과해 지나가고 화림은 혼절한다.

 화림은 영안실에 도착한 상덕과 영근에게 험한 게 나왔다고 한다. 미국 LA, 지용의 집을 찾아간 혼령은 종순과 정자를 헤친다. 그 시각, 지용은 옷을 입은 채 욕조 안에 누워 있고, 지용의 휴대전화는 계속 울리고 있다. 화림은 상덕에게 지용이 위험하니 빨리 서울로 가보라고 한다. 상덕은 지용에게 가며 통화를 시도한다. 화림은 '혼 부르기'로 빠져나갔던 혼령을 봉길에게 빙의 시킨다. 화림이 혼령을 달래 보지만 혼령은 빙의를 풀고 빠져나간다.
 호텔의 지용은 문 밖에 도착한 상덕의 고함소리와 전화에서 들리는 상덕의 목소리에 제정신이 아닌 채로 창문을 열게된다. 열린 창으로 혼령이 들어오고 전화 속 상덕이 혼령이었음이 밝혀진다. 잠시 후, 상덕은 호텔 직원과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온다. 지용은 뭔가에 홀린 듯 갑자기 일장 연설을 하고 나서 피를 쏟고 쓰러진다. 그 시각 화림, 봉길, 영근은 관을 운구차에 다시 싣는다. 영근이 상덕과의 통화에서 화장터로 갈테니 상주의 허락을 받으라고 한다. 지용은 냉장고의 생수를 끊임없이 마시고 있다. 상덕이 말을 걸려고 하자 지용이 갑자기 억지로 목을 돌리며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라는 말을 하고 쓰러진다. 다시 미국 병실로 간 혼령은 아기에게 마수를 뻗친다. 아이의 심박수가 점점 오르던 그때 지용의 고모가 화장을 결정한다. 영근이 화장 버튼을 누르자 화장이 진행되고 혼령은 사라진다.

 상덕은 영근과의 통화에서 창민의 이야기를 듣고 찾아간다. 창민은 파묘 날 뱀을 죽인 일을 이야기 한다. 이야기를 들은 상덕은 파묘했던 산을 홀로 다시 찾아가서 첩장이 되었음을 알게되고, 이를 영근, 화림, 봉길에게 알린다. 일행은 관을 꺼내어 산을 내려간다. 보국사로 간 상덕의 일행은 보살에게 다음 날까지 신세를 지겠다고 하고 관을 창고에 보관한다. 불안했던 화림은 관에 결계를 쳐 놓는다. 상덕은 지용의 고모에게 첩장이 있었다고 말하며 알고 있는 걸 전부 말해 달라고 한다. 고모는 '기순애'가 무라야마 준지라는 일본사람으로 친일파인 자신의 아버지를 왜 그곳에 묻었는지 모르겠다고 한다. 또 첩장되어 있던 관은 알아서 처리하라고 한다. 

  남자들은 보살이 챙겨준 국수와 술을 마시고 요사채에서 자고 있고, 화림은 차 안에서 광심과 통화하던 중 '무라야마 준지'의 정체를 기억해 낸다. 한편, 보살은 본당에 이불을 펴려다가, 밖에서 들리는 소음에 밖으로 나간다. 요사채에서 자던 영근과 봉길은 가위에 눌리게 되고 봉길이 이를 벗어난다. 봉길이 밖으로 나가 살펴보지만, 보살은 보이지 않고 창고의 문은 잠겨있다. 봉길은 돼지 축사에서 괴물이 사람이 죽이는 것을 발견하고 절로 돌아간다. 길 옆에는 보살도 죽어있다. 화림이 창고를 확인하는데 관을 감고있던 철조망이 전부 끊어져 있고 관 뚜껑이 열려있다. 그리고 창고의 천장이 뚫려있다. 봉길은 사람들은 깨우러 가고 창고에 남은 화림은 관에서 지네 장식이 붙은 사무라이 투구를 꺼낸다. 그때 창고 문틈으로 피가 묻은 발이 보인다. 화림과 두려움에 사람이 아닌척 일본어로 대화하지만 괴물은 화림이 인간임을 알아챈다. 공포에 빠진 화림이 문 밖으로 도망치고 뒤따르는 괴물을 봉길이 공격하지만 오히려 봉길이 당한다. 화림을 공격하려던 괴물은 새벽 닭 울음소리에 거대한 도깨비불로 변해 하늘 저편으로 사라진다. 

 봉길의 수술실 앞에서 화림은 상덕에게 괴물의 정체가 정령이라고 말한다. 상덕은 병원 벽의 '한반도의 척추 <백두대간>'이라는 문구와 지용이 죽기 전에 남긴 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말이 떠오른다. 상덕은 보국사의 창고에서 도굴꾼들이 남기고 간 물건 중 일제강점기 시절의 한글로 적힌 글, 백두대간의 특정 지점에 빨간 점으로 표시한 한반도 고지도, 팔괘와 오행의 그림 그리고 오래된 사진을 발견한다. 한편 화림은 광심과 자혜와 함께 도깨비 놀이를 하여, 괴물의 정체를 밝히려고 한다. 같은 시각, 상덕은 혼자 첩장을 발견했던 곳을 파헤치다가 괴물을 발견하고 도망친다. 상덕은 영근과 화림에게 첩장 자리에 쇠말뚝이 있는 것 같다는 자신의 생각을 말하고 그걸 없애야 한다고 한다. 화림은 괴물이 쇠말뚝을 지키고 있는 것 같다며, 잠시 자리에서 떨어뜨려 놓을 수 있다고 이야기 한다.

 온몸에 축경을 써 놓은 상덕 일행은 삽과 곡괭이, 생 은어를 싣고 파묘한 곳으로 간다. 상덕과 영근은 살아있는 은어를 꺼내 길을 따라 놓으며 산 중턱에 있는 주목나무로 향한다. 화림이 주목 나무에서 괴물을 상대로 시간을 끄는 동안 두 사람이 쇠침을 꺼내면 없애기로 계획한다. 새벽녘 괴물이 구덩이를 나와 은어를 집어 먹으면서 이동한다. 화림은 주목을 연기로 자욱하게 만들고 주목 뒤에 몸을 숨긴다. 그리고 괴물에게 말을 걸지만 괴물은 반응이 없다. 상덕과 영근은 이틈에 묫바닥에서 쇠말뚝을 찾는다. 화림은 다시 오니에게 말을 걸고 오니와 대화를 하며 시간을 끈다. 한편, 쇠말뚝이 나오지 않자 영근은 포기한 채 구덩이를 벗어나고, 상덕은 포기하지 않고 쇠말뚝을 찾는다. 화림은 오니와의 대화에서 사람인 것을 들켜 위기에 빠지지만, 화림의 뒤에 서 있는 할머니 신 덕분에 위기를 넘긴다. 묘지로 향하던 화림은 영근은 만나고, 영근은 화림에게 아무것도 없다고 말한다. 그 순간 머리 위로 도깨비불이 지나간다. 상덕은 땅을 파헤치다가 홀린 듯 하늘에 나타난 도깨비불을 쳐다본다. 그러다가 괴물에게 공격당하지만, 여전히 멍하니 있다. 도깨비 불을 뒤 따라온 영근과 화림은 배를 찔린 상덕을 보고 놀란다. 화림은 영근에게 말피를 주고 영근은 말피를 괴물에게 부어버린다. 말피를 뒤집어 쓴 괴물은 고통스러워 하며 상덕에게서 떨어진다. 상덕은 괴물의 투구가 말피에  타들어 가는 것을 보고 음양오행을 떠올린다. 오니는 '불타는 쇠'로 상극인 '물에 젖은 나무'로 공격하기 위해 곡괭이 자루에 자신의 피를 묻혀 오니를 공격한다. 상덕의 공격으로 오니는 완전히 반으로 갈라지고, 마지막 공격 후 상덕은 그대로 쓰러진다. 죽음을 받아들였던 상덕은 딸의 결혼식 생각에 죽기 직전 정신을 차린다.

 일행은 모두 평소의 삶으로 돌아왔지만 후유증이 남아있다. 화림은 굿을 하다 오니의 환영을 보고, 영근은 영안실에서 장례 지도를 하다가 실수한다. 상덕은 수술 부위가 터져 피가 배어나오는 것을 감춘다. 상덕의 딸 연희는 상덕의 바람대로 한국에서 결혼식을 올린다. 신랑 신부의 양가 친지, 가족들 사진 촬영 순서에 상덕이 영근, 화림, 봉길을 보고 사진을 찍자고 한다. 넷의 얼굴이 클로즈업 되며 영화가 막을 내린다.

<감상평>

 무속신앙과 풍수지리라는 지극히 토속적인 주제로 시작한 영화는 중반부까지 크게 공포스럽거나 잔인한 장면없이 몰입감을 선사한다. 극 전체에 존재하는 각종 장치들을 발견하고 의미하는 바를 해석하는 재미가 있다. 그리고 중간에 극의 장르가 한차례 바뀐다.'여우가 범의 허리를 끊었다'는 영화속 대사처럼. 중반부까지 주인공 일행이 맞서는 혼령을 전면에 내새우면서도 직접적으로 드러내지 않고 화면 곳곳에 우연히 발견할 수 있도록 하여 은근한 긴장감이 유지될 수 있도록 한 점이 인상적이었다. 전반부와는 달리 첩장을 밝혀 낸 이후 등장하는 후반부의 오니는 직접 드러나 압도적인 힘으로 공포를 자아낸다. 개인적으로 후반부 보다는 전반부를 훨씬 더 재밋게 봤다. 
 지관과 장의사, 무당 등을 주인공으로 내세우면서도 지관과 장의사 역에는 올드보이를, 무당 역에는 영보이를 배치시킴으로써 과정 중에 갈등은 있었지만 결국 봉합하고 사건을 해결해 내는 모습을 보여준다. 상덕 역의 최민식 배우의 관록 있는 연기는 극의 중심을 잘 잡아주었고, 화림 역의 김고은 배우와 봉길 역의 이도현 배우는 신세대 무속인 역할을 신들린 것처럼 소화해 낸다.(이에 최민식 배우는 김고은 배우를 영화의 메시와 손흥민이라고 칭찬하며, 투잡하는 거 아닌지 걱정했다고 극찬한다) 그리고 영근 역의 유해진은 자칫 너무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영화의 분위기와 템포를 조절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장재현 감독은 인터뷰에서 극의 후반부 내용의 '반일 코드' 지적에 대해 반일이 아닌 우리의 당하기만 했던 과거의 아픈 상처와 트라우마, 두려움을 쇠말뚝을 뽑아내듯 뽑아버리고 싶었다고 했다. 감독의 말처럼 정치적/역사적인 대립으로 영화를 보기 보다는 영화 자체의 이야기를 온전히 즐길 수 있었으면 싶다. 오랫만에 다시 감상하면서 장면들을 하나하나 해체하고 싶게 만든 영화를 찾은 느낌이다. 한동안은 파묘에서 헤어나지 못할 것 같다.